생명과학, 그 두 번째 이야기 | 생명력  By 오토octo

Language :

이 글은 언어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사용하실 언어를 선택하십시오.

This post is written in Language.
Select the language you want to use.

この文は言語で作成されています。
使用する言語を選択してください。


생명의 실제 모습

 

앞에서는 생명이란 무엇인지, 그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앞에서 이론을 다루었으니, 여기서는 생물의 실제 모습을 보고자 한다.

생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어떤 세포의 매우 간략화된 단면도. 축적도 전혀 맞지 않고 생략된 것도 너무 많지만, 어디서 많이 본 적이 있듯이 대충 저렇게 생겼다. 실제 모양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공간에는 훨씬 멋진 일러스트가 많으니 참고하자.

위 그림은 생물의 기초 단위인 세포를 나타낸 것이다.

 

그럼, 세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어떤 세포의 매우 간략화된 단면도에서 각 구성요소를 매우 확대한 사진. 분자 구조들은 실제로 대충 저러하며, 가능한 한 생략하지 않았다. 실제로 세포의 많은 구조들은 대부분 단순한 화학식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놀랍게도, 그 정체는 그냥 화학적인 화합물들이다.

특히 C, 탄소 기반의 물질(유기물)이 많다고 말할 수 있다.

 

보다시피, 세포는 화학적 화합물들이 물리적으로 결합해서 만들어진 복잡한 덩어리이다.

그 화합물들의 특징들에 의해, 이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스스로 복제하는 성질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는 상당히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전자기력, 중력, ... 그리고 생명력(?)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듯이, 과거의 사람들도 생명을 무생물과 다른 존재로 생각했다.

바위와 풀은 다르다.
바위는 자라지 않고, 풀은 자라기 때문에.

 

과학이 정립되는 여러 과정에서, 사람들은 생명을 다른 물질과 다르게 바라보았다.

앞에서 살짝 이야기했던, 물성과학과 생명과학의 구분도 여기서 나왔다.

 

생명이 있는 물질을 알아보면 알아볼 수록, 일반적인 물질들과는 너무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런 생명의 이상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스스로 복제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완전히 물질을 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부의 물질을 흡수하고 변형시켜 자신과 같은 존재를 만드는 데에 이용하는 특성 역시 단순한 물리-화학적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삼투압과 확산, 그리고 엔트로피(무질서도)를 안다. 세포는 다른 곳에 비해 특정 물질들의 농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이건 엔트로피의 법칙을 무시한다. 물리-화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
기초적인 것부터 말하자면 식물이 낮은 곳에서 물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도, 아무것도 없던 곳에 갑자기 곰팡이가 생기는 것도, 손상과 같은 상처가 알아서 낫는 것도 단순한 물리-화학적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말고도 많이 있다. 독자라면 이미 몇 개 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생명에는, 일반적인 물질에 작용하는 물리-화학적 법칙을 넘어서는 다른 특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은 생명력이라 불렀다.

 

...

안타깝게도, 그 가설은 이후 폐지된다.


생명력에서 유기물로

 

생명과학에 관한 이해가 점차 늘어날 수록, 위에서 언급한 생명의 이상한 특징은 점점 이해되기 시작한다.

식물이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건 삼투압과 증산 작용, 표면장력과 흡착력 등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일어날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물리적으로 완전히 설명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곰팡이가 피는 것, 자연발생설은 폐지되고 (생물)속생설로 대체되었다. 곰팡이의 경우는 포자가 공기 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파스퇴르의 실험 등이 유명하다.
상처가 낫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피부를 이루는 세포가 스스로 복제하고 조금씩 밀어내며 이동하여 빈 공간을 채운 것이다. 생물의 스스로 복제하는 특성으로 설명 가능하다.
엔트로피와 엔탈피에 관한 관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쉽게 말하자면 생물은 다른 에너지를 소모하여(쉽게 말하자면, 밥을 먹어서) 내부의 엔탈피를 높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설명하면, 엔트로피는 계속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 이는 섭취한 물질의 엔트로피를 높여서(분해해서) 내부의 엔트로피가 더 높아지지 않게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섭취 물질까지 하나의 계로 가정한다면, 전체적인 계의 엔트로피는 높아지는 것이다.
(고양이로 유명한(...)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저서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이를 '음의 엔트로피를 섭취한다'라고 표현했다.)
이외에도 독자가 생명에 대해 가졌을 의문들은, 거의 대부분 물리-화학적, 그리고 진화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에너지 측면에서 이해가 되면, 나머지는 단순했을 것이다.

생명이 스스로 복제하는 것, 그것도 결국 물질대사 등에 관계된 효소(enzyme)들에 의한 그런 복잡한 대사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물리-화학적인 이해가 되지 않았던 단 하나가 있었다고 한다.

그건 바로, 생명체를 이루는 여러 분자들이었다.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들은 모두 생명이 만든다는 점이 알려져 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여기부터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약간-물리화학적인 설명이지만, 단순한 내용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자.

실제로 생명체를 이루는 아미노산, 탄수화물, 지방산과 핵산 등등은 모두 일반적인 분자(물,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나 황화수소 등등)보다 분자 자체의 크기가 더 크다.

그리고 분자의 크기가 크다는 것은 엔트로피가 낮아, 퍼텐셜 에너지가 더 높다는 것이 된다(쉽게 생각해서 온도가 조금만 높아도 분해될 수 있다. 불타는 것도 예시가 될 수 있다).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를 일반적인 분자에서 합성하는 반응에 대해 보자.
생성물의 퍼텐셜 에너지가 높기 때문에, 이는 곧 역방향이 훨씬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뜻이 된다.

이 때 생명과 같이, 에너지를 소모하여 내부의 반응물 농도를 매우 높여서 평형의 방향을 반대로 맞추지 않으면, 생성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럼 유기물은, 아예 시작부터 지구에 있었을까?
음... 다른 설명보다도, 일단 지구는 처음에는 아주 뜨거운 불지옥이었다. 유기물은 이미 다 분해되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연 상태에서는, 생명이 존재하지 않으면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가 거의 나올 수 없다.
(거의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반응 상수를 많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상 정적 평형일 정도로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가 물과 만나 산소와 프로페인이 되는 일이 자연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다는 것과 느낌이 같다.)

 

학자들은 생명력이라는 것이 바로 여기에, 생명을 이루는 분자들에 '깃들어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생명을 이루는 물질들을 '기'가 있는 물질들, 유기물이라고 부르고, 그렇지 않으면 무기물이라고 불렀다.

(영어로는 organic compound, '생명의'라는 뜻의 organic이 붙어있다.)


유기물에는 기가 없다

 

유기물은 생명만이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럼 유기물로 이루어진 첫 생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첫 생명은 무기물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일까? 사실상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세포생화학을 보면 이게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유기물을 생명만이 만들 수 있다는 가정은 생명의 시작에 대해서 정말 극단적인 설정을 만들었다.

생명이 지구에서 스스로 생겨났을 수는 없다는 결론이 되기 때문이다.

 

대체 가설로 등장한 것은, 지구 밖에서 첫 생명이 들어왔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외부 소행성이 유기물을 가지고 있었다거나(정의 상 외부 생명체의 잔재일 수밖에 없다), 등등...

절대 빠지지 않는 창조론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너무 많은 가정을 필요로 하고, 사실상 검증이 어렵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렇게 물었다.

근데, 정말로 유기물은 생명에서만 만들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명 밖에서도 유기물은 만들어졌다.

그것도 기초적인 세포를 이룰 수 있는 조합의 유기물들이 사실상 전부 만들어졌다.

 

유기물에는 기가 없었다.

 

이를 검증한 것은 밀러의 실험으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우 유명하다.

이 실험은 과학계에서 생명력의 개념 자체를 지워버린 실험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생명의 시작도, 결국은 지구에서 스스로 생겨났다는 결론이었다.

밀러의 실험과 생명의 시작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세포생화학과 진화생물학을 다룬 뒤에, 이 둘을 합친 화학진화에서 다루고자 한다.

 

+ 다만 유기물이라는 분류는 과학계의 편의상 사라지지는 않았다. 대신에 정의가 바뀌었다.

+ 이제 유기물은 탄소 골격을 기반으로 하는, 카바이드나 탄산(이산화탄소), 시안화물 등에서 유래한 화합물들을 제외한 화합물들을 의미한다.

댓글()